[수능] “차 탄 채로 들어가세요”…확진자도 시험장으로

선별진료소 앞 수험생 안내문
선별진료소 앞 수험생 안내문16일 오전 서울 용산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수능 수험생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2.11.16 pdj6635@yna.co.kr

“차에서 내리시면 안 돼요! 탑승한 채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7일 오전 7시께 서울 서대문구 한성과학고 앞에서 ‘페이스 실드’를 착용한 경찰과 경비원이 한 수험생에게 외쳤다.

부모의 차량을 타고 학교 앞에 도착한 한 수험생이 차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려 하자 막아선 것이다. 경찰의 재촉에 수험생은 당황한 표정으로 다시 차에 올랐다.

이날 한성과학고에 배정된 확진 수험생 대부분은 부모의 차량을 이용해 입실했다. 불가피하게 접촉이 허용된 부모 외 사람들과는 철저히 격리된 채 시험장으로 향했다.

입실 마감 시간인 오전 8시 10분까지 걸어서 시험장에 들어간 수험생은 한 명뿐이었다. 119구급대 차를 타고 온 학생도 5명이 채 안 됐다. 사전에 자치구를 통해 소방재난본부에 요청하면 자치구 전담 공무원과 함께 119구급대가 수험생을 시험장까지 데려다준다.

이 때문에 이 학교 앞은 수능 시험장이라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한적하고 조용했다.

여느 수험장처럼 자녀를 안아주기도, 따뜻한 응원의 말을 건네기도 어려운 상황. 자녀를 내려주고 학교를 빠져나오는 학부모들은 걱정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외할머니와 함께 수험생 아들을 바래다주러 온 김정우(51) 씨는 “1학년 때부터 코로나19로 정말 많이 힘들었다. 조심하면서 지내다가 이번에 처음 확진된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라며 “(아들에게) 그냥 시험 잘 보고 오라고 말했다”고 옅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들을 내려주고 학교를 빠져나온 전모(50) 씨는 “아들이 아주 아프지는 않았다. 열이 좀 나고 감기 기운 있는 정도였다”면서 “아무래도 혼자 방에 있어야 해 정신적으로 좀 흔들리긴 했겠지만, 특별히 문제 되는 건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지켜봤다. 아들이 아침에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아픈 거 신경 쓰지 말고 평상시대로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2천400명가량의 확진 수험생은 전국 110곳에 마련된 별도 시험장과 25개 병원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른다.

확진 수험생에게 수능 당일 별도 시험장으로 외출이 허용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해까지 확진자는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 시험을 보고, 자가격리 중인 밀접접촉자만 별도 시험장으로 외출이 허용됐다.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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