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일본, 스페인에 2-1 역전승 두 대회 연속 16강…아시아 새 역사(종합)
(도하·알라이얀) 안홍석 최송아 기자 = 일본이 ‘무적함대’ 스페인에 역전승을 거두며 ‘조 1위’로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스페인이 2위로 16강에 오른 가운데 ‘녹슨 전차군단’ 독일은 코스타리카에 재역전승을 거뒀으나 3위에 그쳐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일본은 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E조 최종 3차전에서 전반 스페인의 알바로 모라타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후반 연속 골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치른 1차전에서 독일을 2-1로 잡으며 대회 초반 이변의 주인공이 됐던 일본은 코스타리카와의 2차전에서 0-1로 잡히며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조 1위 후보이던 스페인까지 격파하며 ‘파란의 대회’를 이어갔다.
승점 6을 쌓은 일본은 이 경기 전까지 1위이던 스페인(승점 4)을 제치고 조 1위로 16강에 안착했다.
16강에서 일본은 F조 2위 크로아티아와 대결하고, 스페인은 F조 1위 모로코와 맞붙는다.
1승 1무 1패로 승점 4를 쌓은 독일(골득실+1)은 스페인(골득실+6)에 골 득실에서 뒤진 3위에 그쳤다.
이로써 독일은 한국이 일으킨 ‘카잔의 기적’의 희생양이 돼 최하위로 탈락했던 2018년 러시아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일본은 2002년 한일 대회,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2018 러시아 대회에 이어 통산 4번째 16강에 진출했다. 특히 2회 연속 월드컵 16강 진출은 아시아 국가 최초의 기록이다.
또 아시아 팀이 월드컵에서 1위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2002 한일 대회 때 한국과 일본에 이어 이번이 20년 만이자 세 번째다.
앞서 세 차례 조별리그를 통과했을 땐 모두 16강에서 멈췄던 일본은 이제 사상 첫 8강 진출에 도전한다.
일본은 또 스페인과 첫 월드컵 대결에서 승리하며, 스페인과 A매치 상대 전적에서 1승 1패로 균형을 맞췄다.
스페인은 2위로 16강 진출에는 성공했으나 대회 첫 패배를 떠안으며 단판 승부로 진입하기 전 자존심을 구겼다.
스페인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최근 4승 1무를 기록하다가 아시아 국가에 처음으로 덜미를 잡혔고, 본선을 통틀어서도 2002 한일 월드컵 8강전에서 한국에 승부차기로 진 것 외에 처음으로 패배를 떠안았다.
이날 경기에서 먼저 리드를 잡은 건 스페인이었다.
전반 11분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가 페널티 지역 오른쪽 모서리 쪽에서 자로 잰 듯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알바로 모라타가 수비 사이에서 솟구쳐 오르며 머리로 받아 넣었다.
코스타리카와의 1차전과 독일과의 2차전 때 후반 교체 투입돼 연속 득점포를 가동했던 모라타는 선발 출격한 이 날도 골문을 열어 3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3경기 연속 골은 네덜란드의 코디 학포에 이어 모라타가 두 번째다.
스페인이 80%에 가까운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주도적으로 경기를 풀어간 사이 수비에 치중한 일본은 주장 요시다 마야를 비롯한 센터백 3명이 전반에 경고를 받아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하프타임 이후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공격진에 배치했던 구보 다케후사와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를 빼고 도안 리쓰와 미토마 가오루를 투입하는 공격적 교체 카드를 가동했는데, 3분 만에 동점 골이 터지며 승부를 안갯속에 빠뜨렸다.
일본의 강한 전방 압박에 스페인 수비진의 볼 처리가 연신 불안했고, 이토의 헤더 패스를 도안이 받아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서 날린 왼발 슛이 골 그물을 흔들며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기세가 오른 일본은 3분 뒤엔 역전 골까지 만들어냈다.
도안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보낸 패스를 미토마가 연결했고, 다나카 아오가 밀어 넣어 순식간에 전세를 뒤집었다.
미토마가 공을 올리기 전 라인을 넘었는지에 대해 비디오 판독(VAR)이 시행된 끝에 완전히 나가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골이 인정됐다.
이후 스페인은 마르코 아센시오, 페란 토레스, 안수 파티, 조르디 알바 등 교체 카드를 통해 반격을 노렸으나 후반 45분 다니 올모의 골 지역 오른쪽 오른발 슛이 곤다 슈이치 골키퍼에게 잡히는 등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패배를 곱씹었다.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는 독일이 코스타리카에 4-2로 승리했지만 끝내 웃지 못했다.
16년간 지속한 요아힘 뢰프 감독 체제를 끝내고 지난해 한지 플리크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은 독일은 ‘새 출발’뒤 출전한 첫 메이저 대회에서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드리블과 발재간이 좋은 저말 무시알라를 앞세워 코스타리카 진영을 헤집던 독일은 전반 10분 만에 세르주 그나브리의 골로 앞서나갔다.
다비트 라움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그나브리가 문전 헤더로 마무리해 선취점을 뽑았다.
전반 중반부터 독일 수비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가운데 코스타리카가 후반 14분 동점골을 뽑아냈다.
역습 상황에서 크로스에 이은 켄달 와스톤의 다이빙 헤더가 노이어에게 막히자 뒤따르던 옐친 테헤다가 넘어지며 오른발로 슈팅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독일은 무시알라가 후반 16분 골지역 왼쪽에서 시도한 왼발 슈팅과 22분 왼쪽에서 날린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이 모두 골대를 맞아 아쉬움을 삼켰다.
코스타리카는 집요하게 공격을 이어간 독일은 역전골을 뽑아냈다.
후반 25분 세트피스에 이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후안 파블로 바르가스의 슈팅이 독일 골대를 갈랐다.
벼랑 끝에 몰린 독일은 후반 28분 니클라스 퓔크루크의 감각적인 패스에 이은 카이 하베르츠의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았다.
독일의 공세는 계속됐다.
후반 40분 그나브리가 오른쪽에서 올린 낮은 크로스를 하베르츠가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해 골망을 출렁여 재역전을 이뤘다.
후반 44분에는 푈크루크가 팀의 4번째 골까지 터뜨렸다.
그러나 스페인이 일본을 상대로 끝내 동점골을 넣지 못하면서 일본이 웃고, 독일은 울었다.
한편, 이 경기에서는 프랑스 출신 여성 심판인 스테파니 프라파르가 주심을 맡았다.
여성이 월드컵 주심을 맡은 것은 1930년 제1회 대회부터 92년간 이어져 온 월드컵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