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서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행사…동포 등 250명 참여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호주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 연대(FCWS)는 지난 7일(현지시간) 소녀상이 있는 애쉬필드 연합교회에서 동포와 현지인 250명이 참여한 가운데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행사를 열었다고 11일 밝혔다.
기림일은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반세기 동안의 침묵을 깨고 일본군 성노예로서 겪었던 끔찍한 기억을 세계 최초로 공개 증언한 용기 있는 행동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행사는 빌 쿠르스 목사 특별 예배와 문화행사 등으로 진행됐다.
쿠르스 목사는 2018년 세계 일본군 위안부 활동가 워크숍인 아시아연대회의 특별 연설자로 한국을 방문, 중국과 인도네시아의 피해 생존자를 만난 경험을 전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 우크라이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 지역에서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반복되는 전시 폭력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문화 행사는 추모의 연기를 피우는 스모킹 세레머니를 시작으로 시드니 풍물패 ‘필굿’, 시드니 민중가요 노래패 ‘하날소래’, 시니어 하모니카 연주팀 ‘하사모’ 등이 꾸몄다.
문화행사에 참여한 벤자민 카이 스트라스필드 시의원은 “우리는 한국과 다른 나라의 여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어려움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며 “평화의 소녀상은 단순한 기념비를 넘어선 역사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한인 대학생 에릭 윤 씨는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을 옹호하는 활동은 아주 중요하다”며 호주 브리즈번에도 평화의 소녀상을 설립하고 싶다고 밝혔다.
행사에서는 호주 유일의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이자 여성인권 운동가였던 고 얀 러프 오헌(1923~2019년) 할머니 서거 3주기를 기리는 추모 활동도 진행됐다.
고인은 호주인이자 유일한 유럽계 백인 여성으로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사실을 용기 있게 증언해 이것이 아시아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닌, 보편적 인권침해의 문제임을 국제사회에 인식시켰다.
FCWS는 2016년 8월 6일 해외에서는 네 번째, 호주에서는 첫 번째로 시드니 애쉬필드 연합교회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오세아니아 지역 평화의 소녀상 건립, 인간의 존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문화 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