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모녀, 정부가 지자체 준 12만명 ‘위기발굴대상’엔 없었다
(서울·수원=연합뉴스) 조민정 최해민 서혜림 기자 = 정부가 암·희귀병 투병과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복지서비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를 ‘고위험군’으로 지자체에 통보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들이 ‘위기정보 입수자 명단’에 포함돼있었다고 밝혔으나 이는 지자체에 참고용으로 제공한 것으로, 실효성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보건복지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수원 세 모녀는 정부의 빅데이터 활용 복지 사각지대 발굴 체계상 ‘건강보험료 연체’ 단독 변수 보유자로, 중앙 복지 위기가구 발굴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은 단전, 단수, 단가스, 건보료 체납, 기초생활수급 탈락·중지, 복지시설 퇴소, 금융연체, 국민연금 보험료 체납 등 34종의 위기정보를 수집·분석해 복지 사각지대 가구를 예측, 고위험군(상위 2∼3%)을 선별해 지자체에 통보한다.
고위험군 선별은 각 위기정보의 특성과 기간 등을 고려한 산술식에 따라 점수화해 이뤄지며, 위기정보 해당 개수 등을 고려해 담당자들이 선별하는 가구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고위험군 이외의 전체 위기정보 입수자 명단도 지자체에 제공하지만 이는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사각지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원으로, ‘통보’와는 성격이 다르다.
2022년 3차 기준으로 12만3천명 수준인 ‘중앙 복지 위기 발굴 대상자’와 달리 전체 위기정보 입수자는 544만1천명에 달해 현실적으로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즉 수원 세 모녀의 건보료 체납 정보는 파악됐지만, 시스템 설계상 비교적 위기의 정도가 낮다고 판단되면서 이들은 또 다른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6월부터 8차례에 걸쳐 지자체에 건보료 체납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 관련 정보를 연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의 상황은 화성시가 지난 7월 올해 4차 자체 위기 대상 발굴 조사를 벌여서야 공적인 감시망에 인지됐다.
화성시는 지난달 이들의 주소지로 등록된 집에 보험료 체납 사실과 복지서비스 안내가 담긴 우편물을 보냈고, 이후에도 보험료 납부가 이뤄지지 않자 주민센터 직원이 주소지를 방문하는 등 상황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이 10여년 전 화성시에 있는 지인 집에 주소를 등록한 뒤 2020년 2월 수원으로 이사를 하고도 주소지를 변경하지 않은 탓에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았고, 지자체의 도움의 손길은 끝내 닿지 않았다.
복지부는 전날 이 사건과 관련한 보완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건강보험료 1년 이상 장기 연체자에 대한 지자체의 기획발굴 추진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보완을 위해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은 조규홍 복지부 1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긴급 개최해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 오는 26일에는 전국 시도 복지국장 간담회를 열어 취약계층을 적시에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는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이 사건을 언급하며 “복지 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그런 주거지를 이전해서 사는 분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 이후에야 나왔다.
앞서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녀 관계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이들은 암과 희귀 난치병 등으로 각기 투병 생활을 하고 있었고, 월세도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긴급생계지원이나 주거지원,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혜택 대상에 해당할 수도 있었으나 복지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고, 실제 주거지가 주소 등록지와 달라 복지서비스에서 완전히 소외돼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