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손흥민 “이강인 좋은 선수지만, 모든 집중 쏠리면 안 돼”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이강인(21·마요르카)이 정말 좋은 선수이고 리그에서도 잘하고 있지만, (대표팀은) 강인이만을 위한 팀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국 축구 대표팀의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이 9월 A매치 기간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이강인을 향한 위로와 우려를 동시에 전했다.
손흥민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카메룬 축구 대표팀과 평가전에서 전반 35분 헤딩 결승 골을 책임져 한국 대표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23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도 골 맛을 본 그는 9월 A매치 두 경기에서 모두 득점하며 자신이 대표팀의 ‘핵심’임을 또 한 번 증명했다.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손흥민은 “월드컵 전 마지막 출정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승리할 수 있어 기분이 상당히 좋다. 보완해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했던 노력은 분명히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을 바라보는 무거운 마음을 털어놨다.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1골 3도움을 올리며 활약 중인 이강인은 1년 6개월 만에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고 대표팀에 복귀했으나, 팬들의 기대와 달리 이번 2연전에서 단 1분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날 경기장에선 팬들이 벤치를 지킨 이강인의 이름을 연호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경기 뒤 이강인을 안아준 손흥민은 “많은 팬이 강인이를 보고 싶어하셨을 거고, 나도 축구 팬으로서 강인이가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는 것을 보고 싶다. 하지만 감독님도 그런 결정을 한 이유가 있으실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관심이 이강인에게 집중되는 것은 경계했다.
손흥민은 “강인이만 경기를 뛰지 않은 건 아니다. K리그에서 잘 하는 선수들도 분명 경기를 뛰고 싶어서 대표팀에 왔을 텐데, 못 뛰게 돼 얼마나 실망했겠나”라며 “그런 상황에서 모든 집중이 강인이한테만 가면, 강인이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나도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는 그는 “우리가 강인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지 않나 되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진심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이런 경험이 분명히 쌓인다. 나도 그 나이 때 매번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나도 분데스리가에서 잘하고 있는데, 뛰어야 하는데, 뛰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강인이가 이런 부분을 통해 더 성장하고 더 좋은 선수로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격려를 건넸다.
이강인뿐 아니라 K리그의 ‘신성’ 양현준(강원), 조영욱(서울) 등도 이번 A매치 기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내가 사실 어떤 위로도 안 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낸 손흥민은 “오랜만에, 또 처음 대표팀에 와서 얼마나 팬들에게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겠나. 실망감이 클 텐데 한마디 한마디 해주고 따뜻하게 한 번 안아주며 마음을 전달하려고 했다”며 주장다운 모습을 보였다.
한편, 대표팀에서 골 감각을 과시한 손흥민은 다시 소속팀으로 복귀, 11월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목전에 두고 벤투호에 합류한다.
유럽파 선수들의 월드컵 전 모의고사는 이날 카메룬전이 마지막이었다.
손흥민은 “월드컵은 축구의 축제이자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우리는 약팀이고 ‘언더독’이지만, 축구가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인 이유는 약한 팀이 강팀을 이길 때 사람들이 더 좋아하고 열광하기 때문”이라며 “더 많은 준비를 해서 강팀을 상대로 놀라운 모습을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팬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있겠지만, 안 좋은 모습들을 잘 고치도록 노력하겠다. 지금처럼 응원해주신다면 월드컵에서 국민과 축구 팬분들이 축제를 즐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