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는 여유, 대학은 부족…교육교부금, 고등교육으로 돌린다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정부가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초·중등 교육에 투입되던 재원 일부를 고등교육에 떼어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에 나선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유·초·중·고 교육 예산을 대학 교육에 투자해 대학들의 숨통을 틔우고 인재 양성을 지원 사격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내년 총 11조2천억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 고등교육 예산 15.3조…예산안 대비 3.2조 증가
세부적으로 보면, 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 내 대학 경쟁력 강화 관련 사업에서 약 8조원이 특별회계로 이관됐고, 교육세 3조원이 특별회계로 넘어왔다. 2천억원은 일반회계 추가 전입분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교육세에서 넘어온 3조원이다.
그간 교육세 일부는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로 전출돼 누리과정 예산으로 쓰였다.
교육세의 나머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편성돼 각 시·도 교육청을 통해 유·초·중·고교 교육을 위해 사용됐다.
이번 특별회계 신설안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흘러 들어가던 교육세를 고등교육 재원으로 전환하고, 이를 대학교육에 사용하도록 했다.
발표대로 내년 특별회계가 설치되면 고등교육 예산은 15조3천억원으로, 8월 발표된 2023년도 정부 예산안(12조1천억원)보다 늘어난다.
반면 유·초·중·고 교육에 쓰이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77조3천억원에서 교육세를 떼어준 3조원만큼 감소하게 된다.
◇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OECD 2/3 수준
정부가 특별회계를 설치해 고등교육 재정 확충에 나선 것은 4차 산업혁명, 디지털 대전환 등에 대응해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난을 호소하며 정부 지원 없이는 혁신이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일부 지방 대학은 고사 위기까지 몰려 있다는 위기감에 시달려왔다.
국제적 눈높이에서 볼 때 정부가 그간 고등교육 지원에 인색한 것도 사실이다.
2019년 우리나라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학부모 등이 사교육에 쓴 비용을 빼고 정부나 민간이 사용한 모든 교육비)는 1만1천287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0위에 그쳤다. OECD 평균(1만7천559달러)의 64.3% 수준이다.
그중 정부 부담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4천323달러로 38개국 중 32위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을 민간(6천964달러)이 부담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 비율 역시 2019년 기준 0.6%로, OECD 평균(0.9%)보다 낮았다.
◇ 초·중·고교생 연평균 2% 줄어도 교육재정교부금 6% 증가
반면 초·중등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5천200달러로 OECD 평균(1만722달러)을 훌쩍 넘는다.
유·초·중·고교 지원 예산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계속해서 증가해왔다.
예산의 주요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016∼2020년 연평균 5.9% 늘었으나 이 기간 학령인구(6∼17세)는 연평균 2.1% 감소했다.
예산 중 다 쓰지 못하거나 다음 해로 넘어간 이월액과 불용액은 2016∼2019년 매년 6조원 안팎으로 발생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엔 4조3천870억원으로 집계됐다.
예산 집행 과정에서 이월·불용액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측면이 있지만 매년 꾸준히 이월·불용액이 발생하는 것은 집행이 부진하거나 시급하지 않은 사업을 계속해서 편성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쓸 돈에 비해 들어온 돈이 지나치게 많은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기 어렵다.
정부로선 유·초·중·고 교육 예산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교육 투자 간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교육재정에 ‘메스’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대학들은 환영…국회 논의 과정 관건
특별회계 신설에 고등교육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은 “현재 국회와 교육계 모두 대학 재정의 어려움과 절대적인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고등교육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원해달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국회 논의 절차다.
특별회계 신설을 위해선 근거법인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 제정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 개정안,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필수적이다.
3개의 법안 모두 9월에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 계류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회가 ‘여소야대’ 상황이어서 (법안 통과가) 쉽지는 않다”면서도 “충분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