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요금 천정부지…집집마다 난방비 아끼기 총력전

쌀쌀해진 날씨…난방가전 준비
쌀쌀해진 날씨…난방가전 준비[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관리비를 확인하고 ‘악’ 소리가 바로 나왔어요. 혹시 연체된 요금이 있었나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김모(43)씨는 지난달 11만원 넘게 나온 난방비 고지서를 보고 눈을 비볐다. 아낀다고 아꼈는데도 작년 겨울 월 6만∼7만 원보다 훨씬 더 나온 것이다.

김씨는 “열요금이 올랐다는 소식에 보일러를 안방과 딸아이 방에만 하루 1∼2시간 켰는데도 가스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와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 좀 더 아껴 틀고 집안에서도 옷을 두껍게 입어야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열요금’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가정마다 늘어난 난방비로 비상이 걸렸다.

열요금은 난방·온수 사용량을 계량기로 검침해 부과하는 요금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도시가스 요금과 연동해 산정하는데, 국제 가스 가격이 치솟으면서 올해만 3번 인상됐다. 주택용 열요금은 올해 3월 Mcal(메가칼로리)당 65.23원에서 지난달 89.88원으로 8개월 새 무려 37.8% 뛰었다.

가정에서는 본격 겨울철에 접어들기 전부터 요금 인상을 체감하고 있다.

1인 가구인 취업준비생 이다연(24)씨는 “오피스텔인데도 11월 가스난방비가 8만 원가량 나왔다. 예전 같으면 한겨울에 나올 금액”이라며 “얼마 전 엘리베이터에서 열요금 인상 공지문을 볼 때는 이 정도로 오를 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는데 막상 청구서를 보니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난방비가 배 가까이 나왔는데 온수가 누수된 게 아닌가 착각했다”, “가을에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 남은 겨울이 더 걱정이다” 등 관련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파 닥친 서울
한파 닥친 서울[연합뉴스 자료사진]

시민들은 요금 폭탄을 피하려고 갖은 방법으로 난방 절약에 애쓰고 있다.

직장인 진모(32)씨는 두 돌이 갓 지난 아들 방에만 보일러를 켜고 부부 방은 아예 밸브를 잠갔다.

진씨는 “전기료도 올랐지만 가스보다는 싼 것 같아 안방에선 온수 매트를 쓰고 주말에만 보일러를 잠깐 튼다”며 “거실엔 보일러를 생각조차 안 한다. 히터를 돌려 웃풍을 없애고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 강모(32)씨는 “원래는 외출할 때도 반려묘들 때문에 보일러를 약하게 틀었는데 최근엔 고양이용 전기매트를 사서 틀어놓는다”며 “가족 방에도 자기 전 30분만 보일러를 켜고 나머지는 극세사 파자마와 수면 양말로 버티는 중”이라고 전했다.

직장인 김유림(28)씨는 얼마 전 단열 효과가 있는 에어캡(일명 ‘뽁뽁이’)을 창문에 모두 붙였다. 그는 “미관상 좋지 않아 지금까지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데 올해는 보일러 트는 게 무서워서 큰맘 먹고 붙였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보일러 종류와 모델에 따른 난방비 절약 ‘꿀팁’이 공유되고 있다.

▲ 보일러 밸브는 비스듬히 잠글 것 ▲ 수도꼭지는 항상 냉수 방향으로 틀어 놓을 것 ▲ 보일러를 켤 때 가습기도 함께 사용할 것 등 사소해 보이는 방법도 주목받는다.

난방가전 판매 증가
난방가전 판매 증가[연합뉴스 자료사진]

열요금 체계가 개편된 2015년 9월 이후 한 해 열요금이 세 차례 이상 오른 건 올해가 처음이라 체감하는 부담은 더욱 크다.

김유림씨는 “가스 가격이 올랐으니 난방비도 오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세 번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거비와 식품비도 줄줄이 올라 서민들은 말 그대로 의식주 모두를 위협받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씨 역시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요즘 같은 때는 난방비 부담이라도 줄여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난방공사가 손해를 조금 감수하더라도 급격한 요금 인상은 재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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