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고물가 상황서 집중호우까지…추석 앞두고 악재되나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차지연 김다혜 기자 = 중부 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이미 6%대까지 치솟은 물가에 다시 한번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이른 추석을 앞두고 채소류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기상 악재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 상황에서 농작물 침수피해가 크지 않지만 추가적인 집중호우가 예고돼 있어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 농작물 침수·병충해 우려…정부, 피해 현황 촉각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오전 8시 기준 전국에서 침수된 농지 규모는 5㏊(헥타르·1㏊=1만㎡)로 미미한 수준이다.

다만 오전 10시 현재까지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청 북부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상황인 만큼 앞으로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농작물이 침수되지 않았더라도 쏟아진 비가 배추 등 밭작물을 중심으로 무름병·병충해를 유발하거나 뿌리를 썩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확기인 배추, 무 등의 수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위험수위로 보기는 어렵지만 피해 상황이 확산할 경우 가뜩이나 고물가 상황에서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추석(9월 10일)을 앞두고 성수품 물가 잡기에 매진해 온 기획재정부는 농작물 피해 현황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침부터 농식품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피해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면서 “정확한 피해 상황은 오후 중 파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연합뉴스 자료그래픽]

◇ 7월 농산물 8.5%↑…배추·상추·오이·무 ‘고공행진’

농산물 물가는 지난달부터 이미 심상찮았다.

올해 2∼5월에 4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이던 농산물 가격은 6월 1.6% 상승하고 7월에는 8.5% 올라 지난해 6월(11.9%)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곡물류(-11.9%)는 내렸지만 채소류(25.9%), 과실류(7.4%)가 오른 영향이다.

특히 채소류 상승 폭이 2020년 9월(31.8%) 이후 가장 컸다.

배추가 72.7% 올랐고 상추(63.1%), 시금치(70.6%), 깻잎(32.8%) 등 잎채소 가격이 급등했다.

오이(73.0%), 호박(73.0%), 열무(63.5%), 부추(56.2%), 무(53.0%), 파(48.5%), 감자(41.1%)도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재료비 상승으로 이어져 외식비를 밀어 올리는 역할도 한 것으로 보인다.

7월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8.4% 올라 1992년 10월(8.8%) 이후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그래픽] 주요 식료품 물가 상승률
[그래픽] 주요 식료품 물가 상승률[연합뉴스 자료그래픽]

◇ 물가 정점 앞두고 불안한 8·9월에 돌발 악재

이번 집중호우가 소비자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선 분명하지 않으나 명확한 것은 악재라는 점이다.

가뜩이나 농산물 물가가 불안한 상황에서 농지 침수 피해 등으로 출하량이 줄어들면 곧바로 가격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8~9월이라는 기간이 물가가 불안한 시기라는 점도 문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9월이나 10월 전후에 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국제 곡물 가격 등 상황, 비교 시점이 되는 지난해 4분기 물가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쯤이 고점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8월과 9월은 물가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을 열어 놓은 셈이다.

이른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집중되는 가운데 집중호우나 태풍 등 기상 여건에 따른 돌발변수가 많은 시기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주 중 물가 대책을 포함한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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