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 밝았다…하원은 공화 유력·상원은 초박빙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국 의회 권력을 결정지을 11·8 중간선거가 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일제히 막을 올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4년 임기 중간에 실시돼 집권 여당에 대한 심판 성격을 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무엇보다도 입법부인 의회의 하원과 상원 다수당이 결정되게 된다.

민주당과 공화당 중에서 어느 쪽이 의회 권력을 갖게 되느냐는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동력 유지 여부에 직결된다.

특히 이번 선거 결과가 꼭 2년 앞으로 다가온 2024년 대선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차기 대선 전초전 성격도 있다.

투표 시작과 마감 시간은 주(州)마다 상이하다. 버몬트주가 미 동부시간 오전 5시부터 가장 먼저 투표를 시작하고, 대부분의 주는 현지시간 오전 6~8시에 투표를 개시한다.

투표마감은 미 동부시간 오후 6시 컨터키주와 인디애나주에서 제일 먼저 종료하고, 대부분의 주는 현지시간 오후 7∼8시 사이에 투표를 끝내고 개표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따라 개표 결과는 동부 지역의 경우 이르면 오후 8시 이후부터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거구마다 정확한 당락 윤곽은 일러도 밤늦은 시간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선 연방 하원의원 전체 435명과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50개 주(州) 가운데 36개 주의 주지사 등을 뽑는다.

최대 관심은 현재 민주당이 모두 장악한 상원과 하원의 정치 지형이 어떻게 되느냐다.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중 한 곳에서라도 승리해 다수당이 된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정국은 더 격렬한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 공산이 크다. 특히 양원 모두 공화당이 이긴다면 임기가 2년 남은 바이든 대통령은 급속히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유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유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현재 여론 조사 지표상으로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원에서도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7일 상원의 경우 민주당 44석, 공화당은 48석을 확보한 가운데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워싱턴, 콜로라도 등 8곳을 경합지로 분류했다.

RCP는 하원은 민주당 174석, 공화당 227석 우위 속에 34석을 접전지로 봤다. 하원은 218석을 확보하면 다수당이 된다. RCP 분석대로라면 경합지 34곳을 모두 민주당이 가져가도 공화당이 다수당을 탈환한다는 뜻이다.

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취합해 분석하는 미 업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538)는 공화당이 하원을 탈환할 가능성을 83%로 예측했다.

상원 역시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가능성을 55%로 전망했다. 538은 상원에서 줄곧 앞서나가던 민주당이 지난 1일을 기점으로 공화당에 역전된 것으로 분석했다.

선거 예측 사이트 270투윈은 상원의 경우 민주당과 공화당이 49석씩 우위를 보이고 있고, 네바다와 조지아주에서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분류했다. 하원의 경우 민주당 200석, 공화당 222석 우세 속에 13곳을 경합지로 예상했다.

하원은 사실상 공화당으로 넘어가지만, 상원은 초박빙 상황인 셈이다.

이런 위기감 속에 바이든 대통령은 주말을 포함해 지난 일주일 여간 뉴욕, 플로리다, 뉴멕시코,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펜실베이니아. 메릴랜드 등 서쪽 끝에서 동쪽까지 7개 주(州)를 찾아 민주당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섰다.

당초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에 열세이던 민주당은 지난 6월 말 연방대법원의 낙태 금지 판결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학자금 부채 탕감 등 잇따른 입법 및 정책 성과로 지지율이 급반등했지만,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면서 정부·여당 심판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형세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 막판 이번 선거를 ‘민주주의 대 반(反)민주주의’로 규정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유권자들의 이번 선거 최대 관심은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로 나타났다.

피부에 와닿는 생활비 압박에 시달리는 미 유권자들이 낙태나 민주주의보다 먹고 사는 문제에 더 관심이 있다는 의미다.

유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유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선거가 차기 대선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선거 결과는 민주당과 공화당에 거대한 악재이자 기회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대선 출마 공식 선언을 예고했다.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들이 공화당 중간선거 경선에서 대거 이긴 상황에서 선거 승리시 그의 영향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선거를 ‘바이든 대 트럼프’ 구도로 보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재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민주당이 선거에서 지면 당내 거센 불출마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민주당이 고전하는 선거흐름 속에서도 변수는 없지 않다.

플로리다대 연구진이 운영하는 선거 사이트 ‘미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7일 기준 4천50만 명 이상이 사전투표에 참여해 2018년 중간선거 기록(3천9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수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민주당 지지층의 사전투표율이 높다는 점에서 민주당 지지층 결집이 현실화한다면 민주당으로선 막판 역전도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의회 난입사태 당시 의사당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앤디김 연방하원의원
미 의회 난입사태 당시 의사당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앤디김 연방하원의원[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선거에선 한국계 후보들의 약진도 예상된다.

연방 의원과 주·시 의원, 지방정부 선출직에 40여 명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현역 연방하원의원인 앤디 김, 매릴린 스트리클런드(이상 민주), 영 김, 미셸 박 스틸(이상 공화) 등 4명이 연임에 도전한다. 민주당 소속인 데이비드 김 후보도 캘리포니아주에서 연방 하원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앤디 김 의원은 당선되면 1996년 김창준 전 의원 이후 처음으로 한인 출신 3선 의원이 된다.

하와이주 부지사에 출마한 민주당 실비아 장 루크도 승리하면 최고위 선출직에 오르는 한인 정치인으로 기록된다.

미국 개표 특성상 선거 결과는 며칠에서 몇 주 뒤에 판가름 날 수도 있다. 조지아주는 후보가 과반 득표를 못 하면 한 달 뒤에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

재검표나 소송 등으로 개표 결과가 더 지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일부 주는 두 후보 간 표 차가 0.5%포인트 이하면 자동 재검표에 들어간다. 벌써부터 선거 무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소송을 거론하는 공화당 후보들도 적지 않다.

선거 결과가 한국에 미칠 영향도 주시할 부분이다.

미국산 전기차가 아닌 경우 보조금 지급 혜택에서 제외해 논란이 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공화당은 일찌감치 법 개정을 거론하고 있어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 문제의 경우, 미국은 정부의 외교 정책에 초당적으로 힘을 보탠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대북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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