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대차-LG 배터리 공장 단속 여파, 300명 자진 출국 절차와 향후 파장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대규모 불법이민 단속을 벌이며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구금한 가운데, 이들의 향후 처리 방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단속에서 체포·구금된 이들은 대부분 비자면제 프로그램의 일종인 ESTA(전자여행허가제)나 상용·관광 비자인 B1, B2 비자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입국 시 지닌 체류 자격 상 현장 노무를 제공하는 것이 금지됐는데도 이를 어겼기 때문에 관련 법률을 위반한 것이고, 그에 따라 체포·구금됐다는 게 미 당국의 설명이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자진 출국, 강제 추방, 이민 재판 등 3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가장 빨리 석방 및 귀국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자진 출국이라는 게 재미 한국계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강제 추방을 당하는 것은 불법 혐의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마무리된 뒤에 진행될 가능성이 커서 시간이 더 걸리고, 이민 재판을 받는 경우는 소송 승률도 낮을뿐더러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될 수 있어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금 상태에서 자진 출국을 선택할 경우 사실상 혐의를 인정하는 절차를 거치게 되어 향후 미국 재입국에 불이익이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재미 한국계 변호사는 “자진 출국은 유죄를 인정하고 스스로 나가겠다는 의미”라며 “이민재판을 통해 다퉈볼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체포 전 스스로 출국할 경우에는 이민 당국 데이터에 기록이 남지 않아 비교적 불이익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어 논란이 분분하다.
현지 영사대책반은 휴일에도 ICE 구금시설을 찾아 구금자들과 면담하며 자진 출국 절차와 불이익 여부를 설명하고 있다. 아직 외국인 등록번호(A-넘버)를 받지 못한 구금자들도 있어, 번호가 발급되는 대로 동의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수백 명에 달하는 구금자 전원이 전세기를 타고 귀국할지는 불투명하다.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이민재판을 통해 재입국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외교 현안으로도 번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르면 8일 방미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과 만나 구금자들의 향후 불이익 최소화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동시에 한국 기업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취업·노동 비자 발급이 원활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근본적 해결책을 요구할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는 고도로 숙련된 인력 확보가 어려워 기업들이 임시 입국 허용 제도인 ESTA를 반복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대차-LG 배터리 공장은 총 147억 달러 규모로 ‘조지아 역사상 최대 투자’라 불리며 한미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번 단속은 현장을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 당시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요원들은 공장을 전격 봉쇄한 뒤 직원들을 줄 세워 신분을 확인했고, 시민권자와 정식 비자 소지자에게만 ‘출발 허가서(CLEARED TO DEPART)’를 발급했다. 나머지 인력들은 손목에 빨간 띠가 채워진 채 포크스턴 구치소로 이송됐다.
일부 직원들은 옥상과 공기 배관 덕트에 숨어 13시간 이상 버티기도 했으며, 다음날 공장에는 주인을 잃은 가방들이 수십 개씩 남겨져 있었다. 한 직원은 “우리가 밤낮없이 공장을 세워온 이유는 빨리 가동시켜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는데, 하루아침에 동료들이 사라져 허탈하다”며 “정부가 비자 문제를 놓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공장은 건물은 95%, 설비는 50% 완공 상태다. 그러나 수백 명의 핵심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완공 시점은 불투명해졌다. 현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대로라면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는 사람이 미국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