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 주말 분수령…정부 “업무개시명령 효과”
(서울·세종=연합뉴스) 박초롱 최평천 기자 = 8일째 이어지고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이번 주말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 발동 이후 복귀자가 일부 나오면서 시멘트 운송량은 평시의 44% 수준까지 회복됐다.
시멘트 운송 기사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금요일인 2일 대부분 마무리될 전망이다. 따라서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 기사들이 다수 발생하게 된다.
정부는 휘발유·경유 등 정유 수송 분야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 시멘트 출하량 평시 44%까지 회복
국토교통부는 1일 오후까지 운송을 거부하는 차주 425명에게 명령서를 우편으로 송달했다. 업무대상명령 대상인 화물차주 2천500명 중 17%에 해당한다.
화물차 기사가 업무개시명령 송달을 회피하지 않고 받는다면, 송달 다음 날 자정까지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명령서를 전달받은 화물차주의 경우 이날 자정이 업무 복귀 시한이 된다.
명령서를 받고도 업무 복귀를 하지 않은 화물차주에겐 30일간의 영업정지 등 처분이 가능하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이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무개시명령 사흘째를 맞은 이날 시멘트 출하량은 8만2천t으로, 전날 4만5천t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평시 5% 수준으로 뚝 떨어졌던 출하량이 44% 수준으로 회복됐다.
시멘트 운송량 증가로 레미콘 생산량(6만㎡)도 전날보다 46% 늘었다.
김수상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화물연대) 집결률이 떨어지는 주말 이후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주말에 집회나 운송거부 참여 인원이 줄어드는데, 이번엔 업무개시명령 압박까지 더해져 주말 동안 복귀자가 대거 발생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전국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도 늘어 평상시의 57% 수준까지 올랐고 특히 부산항은 70% 수준으로 회복했다.
다만, 업무개시명령 이후 집회에 나서는 화물연대 조합원이 줄고 있지는 않다.
이날 정부가 파악한 집회 참여 조합원은 6천40명(전체의 30%)으로 전날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정유 분야 시급…국무회의 언제든 소집”
물동량이 회복되는 추세지만 총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업계 피해는 커지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지난 6월 파업 때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시멘트 단가 인상으로 내일(2일) 기준 전체 피해 금액은 6월 파업 당시 매출 손실액인 1천61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시멘트 업계에 이어 정유 업계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초읽기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총파업 영향으로 휘발유·경유가 품절된 주유소는 전국 49개곳이다.
정부는 총파업 기간 중 시멘트, 철강, 자동차, 정유 등의 분야에서 출하 차질 규모가 잠정 1조6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미리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 산업 특성을 봤을 때 정유 분야가 (명령발동이) 시급하다”며 “중대본에서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늦출 수 없다고 판단되면 (명령발동을 위한) 국무회의를 언제든 소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화물연대를 향해 “가급적 업무개시명령을 다시 발동하는 일이 없도록 운수 종사자 여러분들의 조속한 업무 복귀를 거듭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 화물연대 “진전된 자세 보여야” vs 정부 “복귀 전 대화 없어”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고 총파업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정부가 시멘트 분야에 우선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건 분열과 와해를 바라기 때문 아니냐”며 “내부 분위기는 차라리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차 협상 결렬 이후 정부와 화물연대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전운임제 영구히 시행하자는 것과 품목을 확대하는 요구안 전반에서 타협의 여지가 있다”며 “정부가 진전된 자세를 갖고 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운송 업무에 복귀하기 전에는 대화는 없다는 입장이라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화물연대를 비롯한 민주노총 산하 노조가 정치파업을 하고 있다며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원희룡 장관은 민주노총을 ‘민폐노총’이라고 칭하며 “생산 현장을 지키는 다수 노동자의 진정한 뜻은 민폐노총이 돼 버린 민주노총의 전위대 역할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원 장관은 파업을 예고한 철도노조에 대해선 “정치파업 선동대 역할을 하는 부분은 철저히 대응해 구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3일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여는 전국노동자대회를 거쳐서 6일에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다음 주까지 노정은 물러설 곳 없는 팽팽한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