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4단계 강화…산업계 코로나 ‘셧다운’ 재현되나 비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4차 대유행을 맞으며 12일부터 수도권 전체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 단계인 4단계로 조정되자 산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로 하반기에 업황 반등을 기대했던 산업계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 팬데믹 선언 이후 발생한 사업장 ‘셧댜운(폐쇄)’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당장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에 맞춰 사내 방역 지침을 격상하고,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등 집안 단속에 나섰다.
◇ 재택근무 확대 줄이어…삼성전자 가전·스마트폰 사업부도 30% 재택 전환
산업계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에 맞춰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등 직원간 감염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9일 정부의 거리두기 강화 방침에 따라 12일부터 강화된 사내 방역 수칙을 적용한다.
유흥시설과 노래방 등 중점·일반관리시설 방문을 삼가고, 만약 방문하게 되면 사업장 복귀 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도록 했다. 또 10인 이하로 허용하던 대면회의와 교육·행사 전면 중단하고, 회식도 금지했다.
제조업 특성상 자율적으로 운영하던 재택근무도 가전·모바일 등 세트 부문에 한해 조직장 재량에 따라 30%까지 근무하도록 권고했다. 출장은 국내만 제한적으로 유지한다.
LG전자[066570]는 12일부터 국내외 출장과 외부 미팅, 집합교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앞서 이달부터 재택근무 비중을 축소하기로 했던 LG전자는 최근 확진자 급증에 따라 재택 비중을 기존 40%로 유지해오다 8일부터 절반(50%)으로 상향 조정했다.
SK그룹은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지주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096770] 등에서 필수인력을 제외하고 100%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한화그룹도 전 계열사에 대해 재택근무 가능 부서에 한해 2분의 1 이상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3분의 1 이상은 의무적으로 시행토록 하는 내용의 강화된 방역 지침을 9일 공지했다.
이와 함께 대면회의와 업무 외 사적 약속과 식사, 출장 등을 금지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등 한화 일부 계열사는 현재 이 지침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80% 이상 재택근무를 시행중이고 한화건설은 그동안 제한적으로 허용하던 대면회의, 교육, 단체 식사, 현장 안전조회 등을 전면 금지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재택근무 비중을 종전 30%에서 50%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시차출퇴근제(7∼10시)와 국내 출장 전면 금지, 회의·집합교육 10인 미만 허용 등의 방침은 종전 기준을 유지한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정부의 이달 초 거리두기 완화 예고에도 불구하고 기존 방역 지침을 고수해왔다. 현재 사무직의 50%까지 재택근무를 시행중이며 국내 출장 제한, 회식 자제, 외부인 출입 금지 등 기존의 강화된 방역 지침을 계속 이어간다.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000660]는 생산 시설이 자동화돼 있는 만큼 재택근무를 확대하진 않았지만 이달 초 거리두기 완화에 맞춰 잠시 문을 열었던 사내 체육 시설을 다시 닫는 등 감염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고 나섰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는 본사 재택근무 인원을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30% 줄였다가 8일부터 50%로 다시 높였다.
◇ “살아나나 했는데…” 사업장 폐쇄·실적 악화 우려…자동차는 노조 파업까지 겹쳐 비상
산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감염력이 2배 이상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재확산하고 있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백신 접종을 계기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됐으나, 코로나 재확산 변수가 터지며 먹구름이 드리워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정유업계가 울상이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국내선 운항을 확대하려던 항공업계는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오히려 운항 편수를 축소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코로나가 급격하게 퍼지면서 예약률과 탑승률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운항이 확정됐던 사이판과 괌 노선을 제외한 국제선 운항 재개 계획도 사실상 보류됐다.
국내 항공사들은 애초 올 여름 중국, 일본, 동남아 등 노선을 재개할 계획이었지만, 국내 코로나 확산에 따라 운항 재개를 신중히 결정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와 방역 당국이 협의해 국제선 운항 허가를 내주지만, 방역 당국이 운항 허가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름 휴가철 ‘드라이빙 시즌’을 맞아 휘발유 등 수요 확대를 기대했던 정유업계도 강화된 방역 지침으로 인해 이동 수요가 줄어들까 봐 울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휴가철은 정유업계의 최대 성수기중 하나인데 코로나 확산세가 장기화해 휘발유·항공유 등 수요가 감소하면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자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가 가전 교체, 온라인 소비 등 ‘홈이코노미’를 이끌어 수혜를 봤으나, 코로나 재확산이 대면 활동과 소비 심리를 다시 위축시키며 일부 타격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자동차·조선업계는 최근 노조 파업 리스크에 코로나19 확산 우려까지 겹치며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보릿고개’ 이후 아직도 반도체 품귀 현상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장이 ‘셧다운’되거나 부품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면 생산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작년에 경험했듯 코로나19 사태가 심해지거나 핵심 부품 1∼2가지만 공급이 중단돼도 자동차 생산이 안 되기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노사 문제까지 불거지면 안 된다. 전사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 철강업계는 거리두기 강화로 건설·생산 현장 가동이 멈추면 큰 손실이 불가피해 우려가 크다. 대면 출장, 회의 등이 제한되면서 신규 사업 수주 활동에 제약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현장이 폐쇄되지 않도록 방역지침을 최대한으로 강화하고 있다.
현대제철[004020]은 자체 방역 지침을 더욱 강화하고, 이달 중순께 당진제철소 주재 직영 및 협력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자체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철강사 중 첫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