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현실이 된다면 치명적인 ‘김민재 공백’…가나전 수비 플랜B는
(도하=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이 1승을 거둘 만한 상대로 꼽히는 가나와의 일전을 앞두고 ‘초대형 변수’와 마주했다.
수비진의 유일한 ‘유럽파’인 핵심 김민재(나폴리)의 부상이다.
김민재는 현재 한국 축구의 ‘얼굴’인 손흥민(토트넘)과 더불어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다.
한국 수비수로는 드물게 유럽 빅 리그에 진출, 올 시즌 초반부터 맹활약을 펼쳐 월드컵에 대한 기대도 크게 받던 그는 24일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생애 첫 월드컵 경기에서 무실점(0-0 무) 수비를 이끌었다.ADVERTISEMENT
하지만 이 경기 중 상대 역습 상황에서 다르윈 누녜스(리버풀)를 저지하려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오른쪽 종아리를 다쳤다.
25∼26일 팀 훈련에 불참한 그는 27일엔 팀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내긴 했으나 동료들과 같은 훈련을 소화하지는 않은 채 사이클을 타는 정도의 회복 운동만 진행했다.
28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가나와의 H조 2차전을 앞두고 파울루 벤투 감독은 김민재의 출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회복 중이며, 경기 당일 상황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재를 기용하지 못하는 건 대표팀에 가장 불행한 일이 될 테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플랜B’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주전인 김민재와 김영권(울산) 외에 대표팀 내 중앙 수비 자원으로는 권경원(감바 오사카)과 조유민(대전)이 있다.
경험에선 권경원이 앞선다. 2017년부터 A매치 28경기에 출전한 그는 이번 월드컵 예선 등에 선발로도 종종 나서며 벤투 감독의 축구를 잘 이해하고 있다. 김민재가 부상으로 빠졌던 6월 A매치 기간엔 김영권과 센터백 조합을 이룬 적도 있다.
188㎝의 장신으로 김민재(190㎝)에 가까운 체격 조건도 갖췄으나 그가 김영권과 함께 나설 경우 두 센터백이 모두 왼발잡이라는 점이 벤투 감독에게 고민을 안길 요인이 될 수 있다.
조유민은 오른발잡이다. 공격수 출신으로 전진 패스 등에서 강점을 보이고, 2022시즌 K리그2 정규리그에서 6골이나 터뜨렸을 정도로 공격에서도 한 방을 지니고 있다.
연륜에선 아무래도 권경원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조유민은 올해 6월 A매치 4연전 때 중앙 수비진의 부상 공백으로 첫 발탁 기회를 얻었고,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A매치 데뷔해 이제 4경기를 뛰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김영권과 이들을 모두 활용한 스리백 가동도 생각은 해 볼 수 있는 옵션이다.
벤투 감독은 부임 초기 몇 차례 스리백을 가동한 적이 있을 뿐 대부분 실전에서 포백을 세우다가 카타르 출국 직전인 11일 경기도 화성에서 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아이슬란드와의 평가전에서 스리백을 배치한 경험이 있다.
당시엔 왼쪽 풀백 김진수(전북)의 몸이 좋지 않던 터라 벤투 감독은 그를 월드컵 본선에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 수비 안정을 위해 스리백 실험에 나섰다.
애초 김영권, 권경원과 함께 선발로 낙점된 건 박지수(김천)이었는데, 박지수가 볼 경합 과정에서 발목을 다쳐 조유민이 전반 44분부터 그 자리에 선 바 있다. 당시 한국은 아이슬란드에 1-0 신승을 거뒀다.
상대 팀이 다르긴 하지만, 최근 합을 맞춰봤던 조합인 만큼 벤투 감독이 만지작거릴 여지도 충분한 셈이다.
물론 가장 좋은 건 이런 가정이 모두 소용없어지도록 김민재가 부상을 털고 출전하는 것이다. 김민재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출전이 불발된다면 벤투 감독이 아프리카의 복병 가나에 맞서 어떤 선택을 할지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